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육아는 누군가를 키우는 일인 동시에,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되묻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내 감정의 미세한 결을 비추는 정교한 거울이자,
내 안의 깊은 자아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성장’의 기록입니다.

1. 아이는 나를 보여주는 고배율 렌즈

흔히들 아이를 ‘거울’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고배율 렌즈’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무심히 지나치던 감정들—불안, 조급함, 무력감—그 모든 것이 아이를 통해 확대되어 내 앞에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떼를 쓰고 바닥에 드러누웠을 때,
우리가 흔히 느끼는 ‘짜증’은 단순한 반응이 아닙니다.
그 속엔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 내 방식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얽혀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의 행동은 나 자신의 내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신호이자,
무의식적으로 눌러왔던 감정과 마주하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반추형 육아’란, 아이의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보다,
그 순간 나의 감정을 되새기고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왜 화가 났는지, 왜 그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했는지를 ‘아이 탓’이 아니라
‘내 내면의 반응’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이런 육아는 아이를 바꾸기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려 애쓰기보다는, 그 감정을 왜 느꼈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민해진 날에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가?”라고.

이러한 질문을 자주 던지다 보면,
육아가 ‘전쟁’이 아니라 ‘성찰의 시간’으로 전환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그 속엔 나를 재구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아이와의 매일 속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배웠습니다.
내가 지쳤을 때, 아이가 건네는 단순한 “엄마 좋아”라는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 강력하게 마음을 치유해 준다는 것.
그 말 한마디에, 내 하루의 무게가 가볍게 녹아내린다는 것.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나의 미성숙했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이자,
더 깊고 단단한 인간으로 성숙해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지만,
사실 아이는 ‘완벽한 부모’를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진짜 나의 모습으로 옆에 있어주기를 원합니다.

육아는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기회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우선 나에게 너그러운 어른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