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트라우마, 부모도 모른다 →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게 남는 그 기억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아요?
별것 아닌 일이었는데, 왠지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
누군가의 말투, 눈빛,
그날의 공기 같은 게 이상하게 마음에 콕 박혔던 기억.
아이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게 트라우마가 되기도 해요.
무서운 일? 큰 사건? 아니요.
아이에겐 ‘느낌’이 전부예요.
우리는 트라우마 하면 큰일부터 떠올려요.
사고, 학대, 큰 충격 같은 거요.
근데 아이들은 달라요.
아이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보다,
그때 자기 마음이 어땠는지를 훨씬 더 오래 기억해요.
예를 들어서,
유치원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엄마가 “울지 마~ 괜찮아~” 하며 지나쳤다고 해볼게요.
엄마 입장에선 별거 아니죠.
다정하게 말한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근데 아이는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엄마가 내 마음 안 봐줬다’
‘지금 너무 힘든데, 아무도 나를 모른다’
이게 조용히, 깊게 남아요.
크게 울지도 않고, 말도 없고,
그냥 혼자서 그 감정을 꾹 삼켜버리죠.
그리고 그게,
처음으로 감정을 혼자 감당하게 된 순간이 되는 거예요.
생각보다 오래, 아주 오래 남는 기억으로요.
부모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아이는 여전히 그날을 살고 있어요
엄마 아빠는 몰라요.
언제 아이가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왜 그렇게 깊이 마음에 담았는지.
아이들은 그걸 말로 꺼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표현을 안 할 뿐이지,
마음 한쪽에선 그날을 여전히 껴안고 있어요.
어떤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고,
어떤 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고,
또 어떤 아이는 그냥 괜찮은 척하며 자라요.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혼나지 않는 말’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태도예요.
심리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3가지 키워드
1. 감정 조율 (Emotional Regulation)
감정은 억누르거나 없애는 게 아니에요.
그저 같이 느끼고, 기다려주는 것.
“화날 수 있지. 엄마가 여기 있어.”
이 말이 아이한테는 ‘감정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돼요.
2. 정서적 안전 (Emotional Safety)
아이는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지금의 감정을 인정받는 것’을 원해요.
“그럴 수 있어”
이 짧은 한마디가
아이 마음엔 안전한 울타리가 돼요.
3. 감정 복구 (Emotional Repair)
부모가 놓친 순간이 있다면,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줘도 돼요.
“그때 미안해.”
이 말 하나가 아이의 기억을 회복의 이야기로 바꿔줄 수 있어요.
이 세 가지는
아이의 정서와 관계를 회복시키는 심리적 근력 운동 같은 거예요.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도,
작은 실천들이 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실수한 적 있나요? 괜찮아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부모는 완벽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에요.
중요한 건,
우리가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놓쳤던 감정을 이제라도 만나줄 수 있다는 것.
“그때 너 속상했겠다.
엄마가 잘 몰랐어. 지금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이 짧은 문장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맴도는 장면이 될 수도 있어요.
혼자 견디던 감정 옆에,
이제 누군가 함께 있었다는 기억이 생기니까요.
아이는 ‘그때의 내 감정’을 기억해요
놀라운 건,
아이들은 사건은 잊어도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주 오랫동안 간직한다는 거예요.
그 기억은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다시 올라오고,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게 만들어요.
혼자 감정을 삼켜왔던 아이는,
사소한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감정을 말하는 걸 어려워하고
누구와도 진짜 가까워지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때 우리가 제때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정말 큰 선물이에요.
결론: 아이 마음속에 한 컷의 따뜻한 장면을 남길 수 있어요
지금, 늦지 않았어요.
아이 마음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요.
“그때 너 마음 어땠어?”
“엄마가 잘 몰라서 미안해.”
“이제는 네 얘기 들을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 순간이,
아이의 기억 속에서 상처 아닌 위로의 시작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어릴 때 나 힘들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진짜로 봐준 엄마가 있었어.”
그거면,
부모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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